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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업

멋있고 낯간지러운 책이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다. 공공선이라든가 꿈이라든가 하는 얘기들을 하거나 듣는 것이 낯간지러운 일이 돼버렸다. 하워드 슐츠가 이야기하는 스타벅스의 설립 의의나 인종 차별에 대한, 재향 군인에 대한, 기회 청년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의무는 참 멋있다. 그게 멋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 이리저리 하고 싶은데 쉽지가 않다. 뭐랄까, 낯간지럽다.
너무 많은 것들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모이고, 서로 다른 관심사를 가지고 서로 다른 주제에 대해 시시콜콜 이야기하지 않는다. 옆집에 누가 사는 지 모르고, 직접 만나 ‘대화'를 하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신 사람들은 유튜브(게다가 쇼츠)를, 틱톡을, 카톡 단톡방을 소비한다. 입맞에 맞는 컨텐츠만 소비하고, 그 소비는 또 다른 입맞에 맞는 컨텐츠를 추천한다. 넘쳐나는 컨텐츠와 추천 알고리즘 속에서 사람은 고독하다.
이렇게 시끄럽고 고독한 세상에서, 하워드 슐츠가 만들고자 했던 지역 커뮤니티의 공론장은 공허하다. 공허해서 귀하고, 아름답다. 최적화, 돈, 지름길에 대한 강조와 이야기만이 가득한 세상에서 공공선이라든가 꿈이라든가 하는 이야기가 공허하고 귀하고 아름다운것과 마찬가지이다.
낯간지러운 이야기를 계속 할 수 있으려면, 그 이야기를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으려면, 그래서 그 낯간지럽지만 멋있는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게 하려면 조직이 필요하다. 그 이야기들을 진심으로 믿고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말이다.
책의 제목처럼 from the ground 에서부터 하나씩 잘 쌓아올려나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