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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집중력

나는 점점 멍청해지고 있다. 세상 사람 모두가 같이 멍청해지고 있다는 것이 그 사실을 잘 숨기고 있을 뿐이다. 세 살 때 블럭쌓기에 집중하던 것 만큼도 한가지 일에 집중할 수 없게 됐다. 미친 사람처럼, 아무 이유없이 하루에도 수백번씩 핸드폰을 켜고 끈다. 메일을 쓸 일이 있어 인터넷 브라우저를 켜고는 유튜브를 들어가고, 영상을 클릭하고, 연관 영상을 넘기고, 재생속도를 올리며 보다가 영상과 관련된 물건 가격을 알아보러 네이버에 들어가고, 다시 릴스로 넘어가 몇번이고 화면을 넘기다가 메일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짧은 한 문단을 쓰는데도 몇번을 다른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점점 멍청해지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200자 원고지에 글짓기를 하던 나와는 아주 많이 달라졌다. 이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필요한 곳에 집중을 잘 하던 시절의 나로.
모든 변화는 변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는데서 비롯한다. 이 책을 읽고, 도둑맞은 집중력을 되찾고 싶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퍽 감사한 책이다. 조금 더 젊을 때의 나였다면 책에서 이 부분은 이런저런 이유로 별로였다는 식의 글을 썼겠지만, 그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오늘의 나는, 조금, 깨달았다. 옳은 부분과 나와 세상에게 도움이 될 부분을 잘 소화하면 되는 일이다. 멍청해지고 있는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
모든 것은 나에게 달렸고, 믿을 것은 나 하나 뿐이다라는 생각으로 10대, 20대를 보냈다. 개인의 성정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에, 나는 똑똑은 했을지 모르지만, 외롭고 날카로운 성정으로 자랐다. 30대 후반이 되어가는 지금도, 꽤 그렇다. 달라지기 위해 하루하루 발버둥치며 살고 있다.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그 당연한 사실 때문에, 혼자서는 행복한 삶을 살 수가 없다.
모든 것이 개인화 되어 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삶이 많이 달라졌다. 이제 개인은 외로이 한가지 일을 하거나, 외로이 모든 일을 한다. 세분화된 일을 컨베이어 벨트위에 서서 계속 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해야만 했던 많은 일들을 기술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처리하며 모든 일을 하고 있다. 모두가 모든 문제를 개인의 역량과 선택의 문제로 여긴다.
집중력은 도둑 맞았다. 내가 내 재산을 잘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내가 혼자 노력한다고 도둑맞을 걱정이 없는, 안전한 사회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도둑맞은 이유를 사회적으로 바라보고, 이를 해결하려는 제도적인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 이 책이 그러한 해결책을 논의할 수 있는 불씨가 되기를 희망 해본다.
흐름과 반대로 맞서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어려운 만큼 귀하다. 내가, 그리고 연희동 산책이 하려는 일은 흐름에 반하는 일이다. 책을 읽고 나니 그 점이 더욱 확실해진다. 그만큼 필요한 일이라는 확신도 있다. 조금 더 느리고 긴 호흡으로, 혼자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요가를, 차와 음식을, 건강을, 일을 함께 이야기하는 곳을 만들고 싶다. 방에서 혼자 스마트폰 화면을 위아래로 넘기는 것보다는 그 편이 훨씬 행복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