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치를 하자

양치를 열심히 하는 편이다. 요즘은 시간을 안 재봤는데, 그래도 제대로 하면 10분 정도는 걸리지 않나 싶다. 이렇게 양치한 지는 거의 2년이 다 되어가는 것 같다. 2년 전에 갑자기 미친건 아니다. 집착이나 정신병에 해당하는 뭔가가 생긴 것도 아니고(맞나..)
모든 것의 시작은 박창진 선생님의 영상(link iconYouTubeSOOD_ Edward Park)이 유튜브 피드에 뜨면서부터였다. 나름 30년 넘게 해온 양치질이었지만, 이 정도로 자세한 설명은 들어보지 못했다. 재미있었고, 근거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 칫솔을 사고, 따라해봤다. 뭔가 감이 잘 안왔다. 마침 치과가 당시 일하던 곳에서 멀지 않아서 예약하고 방문했다. 그 이후로 3~4개월마다 계속 방문하며 칫솔질 방법을 배우고, 칫솔질 효과에 대해서 확인한다. 이제는 그때보다 많이 유명해지신 건지 신규환자는 예약이 어려워졌다고 한다(뿌듯).
2년 째, 3~4개월마다 방문하고 있지만 아직도 내 칫솔질은 불합격이다. 아래쪽 앞니 뒤쪽이 잘 안닦인다. 그래서 3~4개월 만의 방문에도 치석이 조금 쌓인다. 다른 곳도 조금씩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하신다. 문제는 두가지다.
첫번째는 ‘기술’이다. 박창진 선생님이 추천하는 칫솔질에 대한 기본 원리와 닦아야 할 곳에 대한 이론적 이해는 금방 한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이론적 이해가 곧 습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수영하는 방법을 아무리 연구해도 연습하지 않으면 물에 뜰 수 없다. 꽤 익숙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손에 덜 익어서 잘 안 닦이는 부분이 있다. 핑계를 더 해보자면, 교정을 한 탓에 유지장치로 인해 잘 닦기가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꾸준함’이다. 특별한 내용은 없다. 치석이 안 생기려면, 닦으면 된다. 집 청소하는 것과 비슷한데, 다른 점이 있다면 한번 생긴 치석은 닦아서 없앨 수는 없다는 것이다. 스케일링을 통해 없애야 한다. 그런면에서 양치질은 일종의 게임이다. 치석이 생기기 전에 치석이 될 수도 있는 것들을 제거하는 게임. 당연하게도, ‘빈도’가 중요하다. 치석이 생기기 전에, 올바른 방법으로 제거해야 한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가장 큰 적은 ‘게으름’이다.
이론에 따르면 적어도 12시간이 되기 전에는 양치를 해줘야, 치석으로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10분정도 걸리는 양치질을 하루에 두번씩 꾸준히 한다는 건, 상당히 어렵다. 여러가지 이유로 어렵다. 게으르다거나, 부지런하지 않다거나, 하루에 20분도 못 쓸 정도로 바쁘다는 핑계로 게으름을 포장한다거나. 게으른 탓이다. 꾸준하다는 것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확실히 그렇다는 것을 나이 먹을수록 더 잘 알겠다.
아 참, 양치질 효과가 있냐고 하면 그렇다. 맨 처음 가면 우선 사진을 여러장 찍어 현재 상태를 보여주신다. 지저분하다는거에 놀란다는 점을 빼면 그냥 그런가보다 할텐데, 양치질을 어느 정도 하고 나서 찍은 사진과 비교해보면 차이를 알 수 있다. 양치질을 잘 하면 우선 전반적으로 잇몸 붓기가 줄어든다. 음식물이 끼고, 가벼운 염증이 생기고, 치석이 생기고 뭐 그런 순서인데, 이를 잘 닦아주면 음식물이 거의 없으니 염증이 생기지 않는다. 치실질을 하거나, 치간 칫솔을 할 때도 잇몸이 부은 상태에서는 피가 잘 나지만, 붓기가 빠진 이후로는 그런 적이 없다. 묘한 불편감이 없어졌고, 혀에 깨끗한 상태의 이가 닿는 느낌을 알게 된다. 효과는 확실히 느낄 수 있다.
그럼 효과가 확실한데도 불구하고 나는 왜 아직도 합격하지 못하고 있는가 하면, 게으르고 멍청하기 때문이다. 갑자기 슬퍼져서 그만 쓰고 싶은데, 그래도 마무리를 해보자면. (지능에 대한 비난조의 뜻이 아니다) 사람은 멍청해지기 쉽다(나만 그럴 수도 있다, 나만 그런 것 같다, 나만 그런게 확실하다). 얼핏 생각하기로, ‘나’는 언제나 옳고 그름, 좋고 나쁨, 유리함과 불리함을 계산해서 판단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나는 기분에 따라 행동하고, 그 행동을 정당화 하기 위해 사실 관계까지 왜곡한다. 하루에 몇시간씩 핸드폰을 들여다보면서, 하루 20분 투자로 치아 건강을 유지하는 행동을 건너 뛰는 것은 멍청하기 때문이다. 멍청하지 않으려면 엄청난 노력을 해야하는데, 문제는 게으르기도 하다는 거다. 이런걸 진퇴양난이라고 하나보다.
앎과 행함에는 꽤나 깊은 골이 있다. ‘쉽고 빠른 앎’이 유행하는 것 같다. 이 유행의 뒤처짐에 대해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언제나 내 문제는 ‘앎’ 아니라 ‘행’이었기 때문이다. ‘행’은 언제나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 예상보다 더디고, 예상보다 지루하다. 그래도 운이 아주 좋게도 ‘행’의 중요성에 대해 아주 약간은 남들보다 깨달은 면이 있다(고 믿는다). 다음 양치질 결과 확인은 11월이다. 이번에는 통과할 테다. 효과가 있고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일이니 될 때까지 해야 한다.
여기에 글을 쓰는 것도 같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