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분에 대한

오늘 아침에 왠지 모르게 기분이 별로였다. 기분이라는게 참 그렇다. 내 기분이라고는 하지만 내가 조절할 수는 없다. 좋은 것이든 불쾌한 것이든 그냥 불쑥 나타난다. 불쑥 내 집 안방에 들어와서는 모든 분위기를 결정하는데, 내 것이라니 뭐라고 하기도 좀 그렇다. 평소와 별다르지 않은 하루의 시작이었는데, 어딘가 모르게 달랐다. 어딘지 모른다는게 더욱이 별로였다. 이미 지난 일이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굳이 아침의 기분을 자세히 들여다보자면.
보통 권태라고 표현하는 것 같다. 지겨웠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비슷하게 아침을 차리고, 아이에게 먹이고, 늦었다 재촉하며 실랑이를 좀 하다가 차에 태워 유치원에 보내고, 주차를 하고, 습하고 더운 길을 걸어 사무실에 도착한다. 운전을 하면서는 괜히 별것도 아닌 일로 다른 운전자에 대한 상스러운 말을 입에 담았다. 일상이 내 인생을 잡아먹고, 갉아먹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나?
지겹고, 짜증나고, 욕지기가 나왔던 건 일상이 아니라 나 자신이다. 그걸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애써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면서 ‘그냥 오늘은 기분이 별로야’라고 했다. 잘 변하지 않는 일상에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나아지지 않는 나에 대해 화가 난 것이다. 나에 대해 짜증이 난 것이고, 나에게 화가 난 것이고, 나에게 욕을 한 것이다. 내 삶이 지금과는 달라야 한다는 욕심은 있으면서, 욕심과 달리 어제와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나에게. 그 사실을 마주할 용기가 없으니, 괜히 멀쩡히 있는 일상에게 화풀이를 했다. 그 사실을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으니, 기분이 별로였던 것이다.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내 기분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 기분의 원인은 보통 나로부터 비롯한다.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기분이 나를 사로잡을 때면 마치 이런 사실을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인 것처럼 주변에 화풀이를 하기도 한다. 주의해야 한다. 혹자는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된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최근 가장 인상 깊은 글에서의 정판 아저씨는 이렇게 얘기했다.
"사람이 성을 내면, 생각이 멈춘다 아입니까? 하지만 왜 그럴까, 어떻게 하면 될까,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관찰하다 보면 보이지 않던 게 어느 순간 보이기 시작합니다. 결국은 답을 꼭 찾습니다.”
기분에 휘둘리지 말자는 건 너무 쉬운 결론이다. 지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나는 그 정도의 그릇은 안되기 때문이다. 기분이 나를 너무 사로잡기 전에, 뭔가 해야 한다. 오늘은 오전의 일을 약간 포기하고, 운동을 하러 다녀왔다. 스쿼트, 벤치 프레스, 오버헤드프레스. 운동은 어제의 나보다 나은 오늘의 나를 만든다. 기분이 안 좋으면 운동을 하자. 어제의 나보다 나은 오늘의 나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면, 기분 자체가 나쁠 일이 없겠지만. 그건 언제나 충분하지 않을테니, 그게 안되면, 운동이라도 하자.
잘 살기 쉽고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