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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 문제, 치아바타 샌드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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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Published
2021/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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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와랑 솔의눈이 안 보인다.
세상 모든 문제가 자판기에서 물건을 뽑는 정도의 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소셜 네트워크와, 블로그와 책들은 1주일, 3일 심지어 5분 안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들을 쏟아낸다. 그러다보니 같은 문제 앞에서 진척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스스로가 견디기 힘들다. 남들은 잘도 갖고 있는 자판기가 나에게만 없는 것에 화가 난다. 문제는 뒤로 하고, 해결 방법들을 탐독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새로운 자판기에 돈을 넣어보기도 하고, 동전을 넣는 리듬을 달리 해보기도 한다.
문제가 그렇게 해결될 리 없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성공하면서 배우는 것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기고 싶은 것은 '원래 쉬운 일은 없다'는 것이다. 살면서 우리가 실제로 만나는, 풀어야 하는 문제들은 자판기에서 물건뽑기 보다는 차라리 자전거 타는 법 배우기에 가깝다. 누군가는 쉽게 자전거를 타고, 그 방법도 여기저기 넘쳐나지만 내가 자전거를 타는 유일한 방법은 될 때까지 타는 것 뿐이다. 넘어지고 깨지면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는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방법들을 피하기 시작했다. 물론 진짜인 경우도 있겠지만, 보통은 다음의 두가지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1.
작은 성공을 거둔 사람이, 그 성공이 가능했던 수많은 요인을 제거 한 채 (선의로) 하는 말이거나
2.
남들의 성공을 간접 경험한 사람이, 그 성공이 가능한 이유가 (그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이것이 확실하다며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내가 하려고 하는 일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넘어지고 깨지면서라도 하고 싶은 일인 지 고민하는 데 시간을 더 쏟는 편이 나은 것 같다. 내가 복권에 당첨된 것은 돼지꿈을 꾸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1.)이라거나, 그가 시험에 붙은 비결은 0.3mm 빨간펜을 쓰는 것(2.)이라는 말에 인생을 낭비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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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 마카롱 여사 유튜브 참조
난생 처음으로 빵을 구웠다. 치아바타 빵이었고, 맛있었다. 직접 만든 시저 드레싱에 토마토, 양상추, 햄에 아보카도까지 곁들여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아무 것도 안하고 쉬고 싶은 주말이었지만 마스크를 끼고 마트에 가서 이스트와 밀가루(강력분)와 채소들을 사고, 섞고, 열두시간을 기다리고 다시 40분을 기다려서 예열한 오븐에 넣고 15분 동안 그 앞을 서성거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맛있는 것을 먹어서 행복했다. 눈앞에 치아바타 빵을 파는 자판기가 있다고 해도 다시 밀가루를 사러 갈 만큼 그랬다.
얼마 전, 서비스의 유료 고객이 500명을 넘어섰다. 시작하기 전에 상상했던 것보다는 진척이 더디지만, 재밌다. 매일 같이 당연한 사실들을 배운다. 또 놀랄만큼 매일같이 그 사실을 까먹는 나를 발견한다. 고객은 누구이고, 어떤 문제를 겪고 있으며, 서비스가 어떻게 그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지가 전부다. 이제 조금 자전거를 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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