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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과 손 사이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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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Published
2020/09/03
꼬박 세 달 만에 쓰는 글이다. 온 나라가, 아니 전세계가 그야말로 혼돈의 시기를 겪고 있다. 사랑하는 친구들에게도 그랬듯이, 나에게도 여러 모로 엄청난 세 달이었다. 나에게도 친구들에게도 수고했다고, 같이 웃고 힘내서 행복하게 살자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4대 보험의 혜택을 못 받은 지도 벌써 반년이 훌쩍 넘었다. 회사라는 곳에 속해 있을 때는 몰랐는데, 신용 카드 발급 받는 것이 생각보다 일이더라. 휴대폰 요금 할인 받으려고 새로 신용카드를 발급 받을 일이 있었다. 그래도 굶지는 않고 있는데, 4대 보험 이외의 방법으로 소득을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능력 있는 아내 덕에, 배우자 소득 증명과 함께 카드 발급에 성공했다. 그래서 다음 달부터 내 휴대폰 요금은 5,900원이다!
5,000일은 약 13.7년이다. 내가 태어난 지는 8월 31일 기준 12,131일이니까, 나는 대략 내 인생의 41% 를 아내와 함께 하고 있다. 침흘리고 이불에 오줌 싸던 시절을 제외한다면, 나를 지금의 나로 만들어준 건 온전히 이화영님이시라고 할 수 있다. 사랑합니다. 항상 더 나은 나를 욕심낼 수 있도록 곁에서 힘을 줘서 고마워요.
Oopy 라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제대로 만들기 시작한 지도 꼬박 세 달이다. 아직은 베타 테스트 중이고 그런 고로 돈을 받고 있지도 않지만 재밌는 사용 사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과장을 조금만 섞어 이야기하자면) 배달의 민족, FASTFIVE, Sendbird, 안전가옥 이 사용하는 서비스가 되었다. 갈 길은 멀지만 가야할 길을 얼핏 본 것 같달까.
말은 쉽다. 뭐 더 표현할 것 없이 그렇다. Product development 를 잘 할 수 있다고, lean methodology 를 좋아한다고, (technical) leadership 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는 참 쉽다. 아 user focused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쉽다. 입으로 말고, 손으로 해내고 싶다. 이 서비스는 이래서 안되고, 저 시도는 그래서 안될 거라는 말들에 지쳤다. 내가 그들 중 한 사람으로 천천히 들어가는 것이 무서웠다.
입과 손 사이의 거리를 온전히 깨달은 세 달이었고, 7개월이었다. 말은 쉽고 실행은 어렵다. 말은 공허하지만 실행은 재밌다. 말은 사람들을 흩어놓지만, 실행은 좋은 사람들이 모이게 한다. 이제야 뭘 알 것 같기도 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미래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찼다가는 금세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어려워야 배우는 게 있고,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