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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죽지 않는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 나도 죽고, 너도 죽고, 우리 엄마도, 아내도, 내 딸도 모두 죽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 그 자체나 죽음까지의 과정에 대해 알려진 정보는, 거의 없다. 사람들은 ‘만약 죽으면…’이란 가정문을 입에도 올리지 말아야 할 말로 여긴다. 가까운 사람이 죽으면 어떤 것들을 어떤 기준에 따라 결정해야 할지 알지 못한 채로 장례에 관한 수많은 결정을 해야 한다. 당황스러움이 슬픔이 있어야 할 공간을 메운다.
이 책은 여러 사람이 죽음을 맞는 모습을 그린다. 더 정확하게는,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 가족, 주변인, 직업인들의 이야기를 저자가 인터뷰한 것이다.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오는 것이기에, 이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익숙한 우리 주변의 모습이지만, 이들이 겪는 죽음의 여러 모습은 낯설기 그지 없다. 누군가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고 할 때 밑도 끝도 없이 ‘행복’이라는 단어만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바보이거나 이제 막 단어를 배운 아기 임에 틀림 없다. 물론 삶은 행복과 깊은 관계가 있지만, 한 단어로 표현하는 시도조차 바보스러워 보일 만큼 복잡하고, 길고, 짧고, 깊다. 하지만 ‘죽음’하면 생각나는 단어가 ‘슬픔’밖에 없다면, 우리는 죽음에 관해서는 바보가 맞다.
책에서 기억에 남는 구절 중 하나는 모든 사람은 ‘굶어서 죽는다’이다. 못먹는 이유는 수만가지가 있겠지만 인간은 동물이니 못먹으면 당연히, 죽는다. 그렇게 다시 생각해보면 아버지도 알콜 중독으로 돌아가셨다는 표현보다, 술만 먹고 곡기를 끊어 굶어죽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인 것 같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로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소원 중 하나는 내가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고 판단할 여력이 있을 때 능동적으로 죽음을 선택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아직까지는 이 생각에 변화가 없다. 아주 가끔 누군가와 죽음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보통은 이상하다는 듯이 본다. 나쁘게 표현하면 자살이고, 그렇지 않으면 존엄사라는 어려운 표현만 남기 때문인 것 같다. 둘 다 이상하게 볼만하다. 터부이거나, 낯설거나.
직접이든 가까이서 겪는 간접이든, 죽음 자체를 많은 사람들이 겪기를 바랄 수는 없다. 그러니 아직 ‘죽음’하면 ‘슬픔’만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시작으로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기를 권한다.